고창 선운사,
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 군락

매년 9월이면 온 산사를 핏빛으로 물들이는 경이로운 풍경. 현실을 잊게 할 만큼 황홀한 붉은 융단이 깔리는 곳, 바로 고창 선운사다. 올가을, 이 압도적인 풍경을 즐겨야 할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이유가 생겼다.
바로 2025년 가을 시즌에 한해 입장료는 물론 주차료까지 전면 무료라는 사실이다. 어떤 비용 부담도 없이, 오직 가을의 절정을 만끽하겠다는 설렘만 안고 떠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바로 지금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 선운사는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에 위치한다. 이곳의 가장 놀라운 소식은 비용에 있다. 기존 문화재청의 정책으로 사찰 입장료는 연중 무료지만, 올해는 고창군의 특별한 결정이 더해졌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25년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선운산도립공원 주차장을 한시적으로 무료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즉, 꽃무릇이 절정을 이루는 9월 내내 이 모든 장관을 단 1원의 지출도 없이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기간이 지나면 다시 유료로 전환되니, 올해 가을을 놓쳐서는 안 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천년의 시간 위로 흐르는 핏빛 강물

이러한 파격적인 혜택이 아니더라도 선운사는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창건된 천년 고찰의 품격과, 매표소부터 도솔천 계곡을 따라 도솔암까지 약 3km에 걸쳐 펼쳐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꽃무릇 군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상사화라 불리는 이 꽃들은, 유구한 사찰의 역사와 만나 더욱 애틋하고 강렬한 서사를 완성한다. 특히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숲길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붉은 꽃의 행렬을 걷는 경험은 오직 선운사에서만 가능하다.

이 ‘0원 여행’의 화룡점정은 밤에 찾아온다. 꽃무릇이 만개하는 9월 중하순경부터 약 2주간, 선운사는 밤 9시까지 경내를 개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 전 홈페이지를 통해 정확한 일정 확인은 필수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조명등에 의지해 빛나는 수십만 송이의 붉은 꽃은 낮과는 전혀 다른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요한 산사의 밤공기와 어우러진 꽃의 향연은 오직 이 시기에만 허락된 특별한 경험이며, 이마저도 올해는 아무런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다.
수십만 송이의 붉은 꽃이 전하는 애틋한 이야기,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무런 조건 없이 즐길 수 있는 2025년 가을만의 특별한 기회.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선운사가 선물하는 붉은 융단 위를 걸으며 평생 잊지 못할 가을의 추억을 새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