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나는 절로 올해 첫 행사가 고창 선운사에서 열렸다. 선운사 대웅보전 앞에서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도륜스님과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불자는 아닙니다만, 불자인 어머니께서 부처님은 간절하게 원하면 한 가지 소원을 꼭 들어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오늘 제 소원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월28일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성보박물관에는 젊은 청춘 남녀가 모여 있었다. 남녀 각각 10명씩 20명이 둘러앉아 있는 가운데로, 한 명씩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 자리. 사찰 한복판에서 청춘 남녀가 모여 매력을 뽐내다니. 희귀한 광경을 보여준 주인공은 그 유명한 ‘나는 절로’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도륜스님)은 3월28일부터 29일까지 1박2일간 만남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를 열었다. 올해 첫 템플스테이 장소는 고창 선운사. 동백꽃이 아직 경내 곳곳을 장엄하고, 붉은 매화가 흐드러진, 봄이 아름다운 사찰 선운사에서 20명의 청춘 남녀가 만났다.
화창한 봄날에 눈이 부신 걸까. 20명 청년들은 그야말로 ‘선남선녀.’ 동네에서 내로라하는 청년만 골라서 보낸 듯이 잘생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남선녀’는 첫날 오전9시에 선운사 템플스테이에 집결했다. 평소보다 무척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이것이 ‘나는 절로’의 새로움이다. 올해부터 나는 절로는 ‘지역’에 집중한다. 지역별 거주자들이 보다 가까운 환경에서 진중한 만남을 갖도록 참가자를 해당 지역에서 선발해 해당 지역 사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첫 사례가 선운사다. 20명 청년들은 호남과 인연이 있다.
호남지역에서 모이니 일찍 만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또 하나의 새로움이다. 이전 참가자들은 만남 시간의 부족을 호소했다. 지역 청년들이 일찍 모이니 그때부터 만남을 시작할 수 있다. 이날 선운사에 모인 청년들도 오전에만 두 차례 1:1 만남 시간을 가졌다. 예서 그치지 않는다. 청년들이 집결한 템플스테이에서 공양간은 걸어서 10여분 거리. 이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이동하는 시간에도 1:1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공양시간도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조그만 틈만 나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제공한 것. 실제로 청년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10명의 상대방과 모두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20명 청년들은 가명으로 마주했다. 선운사에서의 가명은 여성은 ‘동백’, 남성은 ‘장어’로 부르기로 했다. 사찰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이름이다. 성이 김씨면 ‘김동백’, ‘김장어’ 이런 식이다.

나는 절로 선운사 입재식 후 기념촬영.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은 현커를 기원하는 금일봉을 전달했다.

재단에서 선물로 준비한 청실 홍실 단주. 한 여성 참가자가 홍실 단주를 보고 있다.

참가자들의 매력 발산 시간. 한 참가자가 스트레칭으로 청년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나는 절로 입재식은 만남 템플스테이의 시작이다. 입재식에는 제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과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도륜스님을 비롯해 선운사 템플스테이 원장 지태스님, 기획국장 지견스님, 포교국장 선경스님 등 소임자 스님들이 참석해 청년들을 환영하고 응원했다.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은 “여러분에게 선운사를 대표해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드린다”며 “참 좋은 시절에 선운사에 오셨다. 우리 도량 곳곳에 동백꽃도 피었고 홍매와 백매, 청매화에 목련까지 활짝 핀 모습이 마치 여러분들을 환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우스님은 “아무쪼록 선운사에 계시는 동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더불어 좋은 인연으로 좋은 결실을 맺는 시간이 되기를 선운사 대중들과 함께 기원한다”고 말했다. 경우스님은 현커(현실 커플)을 기원하는 금일봉을 주기로 약속했다. 또 선운사에서 만든 수제 녹차를 모든 참가자에게 선물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은 청실홍실 단주를 준비해 남성에게 청실, 여성에게 홍실단주를 각각 선물로 전달했다. 부부의 인연을 맺고 행복한 결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나는 절로 시그니처 선물이다.
입재식 마지막 순서는 ‘매력 발산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시를 낭송하며, 3행시를 짓는 등 각자 준비한 자신만의 매력을 뽐냈다. 한 참가자는 뻣뻣하게 굳은 분위기를 풀어내려는 듯 스트레칭을 지도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마주한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아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청년들은 용기를 냈다. 한 남성 참가자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털어놨다. 미래 희망인 줄 알았더니 진짜 잠자면서 꾼 꿈이다. “최근 정말 좋은 꿈을 꿨어요. 그래서 복권 10장을 샀습니다. 이를 여성 참가자들과 나눌 겁니다. 저와 행운의 꿈을 이룰 분을 찾습니다.”
나는 절로에서 만난 청년들에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간절함이다. 그냥 가볍게 미팅 나왔다고 생각하는 참가자를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매력발산 시간에 청년들은 ‘간절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내일 선운사를 나설 때는 두 명이 같이 갈 수 있기를.”

20명 청춘 남녀들이 산사에서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1:1 로테이션 차담시간. 10분씩 번갈아가며 대화하는 시간이다. 참가자의 표정이 진지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1:1 로테이션 차담시간. 2시간 가까운 시간에도 텐션이 떨어지지 않았다.

드디어 1차 선택 시간. 참가자들이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다.
드디어 모두가 원했던 시간이 왔다. ‘1:1 로테이션 차담’이다. 상대방 10명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시간.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방석 사이에서 차를 마시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1명당 주어진 10분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만큼 대화는 밀도가 짙었다. 한 명씩 10명 모두와 나누다 보니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지만, 누구 하나 지루해하거나 기운 빠져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차담이 열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실은 대화의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나를 소개하고 상대방을 알아서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만든 진풍경이다.
간절한 이유는 또 있다. 차담 후 자신이 마음에 두는 사람을 주최 측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1차 선택이다. 오후4시30분, 재단은 1차 선택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청년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주최 측은 “아직 시간이 많다. 이제 시작이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상대방을 향한 마음이 조금씩 어긋난 걸까. 어쨌든 1차 선택당한(?) 청년들은 또 만남을 가졌다. 저녁공양 데이트와 사찰 둘러보기를 통해 자신들의 선택이 바르게 가기를 바랐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저무는 산사에서 청년들은 다시 모였다. 신나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다. 이 시간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끝나면 2차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진행하는 게임은 어색한 분위기를 거두고 조금 더 친밀하게 마음을 터놓는 마당이 됐다. 참가자들은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상대방의 속마음을 확인했다.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을 데리고 오라”는 강사의 주문에 이제는 스스럼없이 상대를 지목했다. 모두 4명씩 5개 팀으로 구성한 게임은 최종 결과에서 1등을 한 팀이 정해졌다. 1등 팀원들에게 선물이 주어졌다. 데이트 상대방 우선 선택권이 그것이다.

이동하는 시간도 아깝다. 공양간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도 만남은 계속 됐다.

나란히 선 20명의 선남선녀.

사찰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려 그림이 따로 없다.

선운사는 지금도 동백꽃이 만발해 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서 더욱 긴장을 풀었다.

상대방이 뭐라 했길래 여성 참가자는 이렇듯 부끄러워할까.

2차 선택의 시간은 용기있는 '대시'로 진행됐다. 과감하게 데이트 상대를 선택한 한 참가자.
이윽고 2차 선택의 시간. 이번 선택은 직접적인 ‘대시’로 이뤄졌다. 남성 참가자가 선착순으로 대화를 하고 싶은 여성 참가자를 ‘픽’하는 방식. “야, 가자”부터 “함께 가실까요”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선택했다. 물론 거절 당하는 경우도 생겼다. 다음 차례는 여성 참가자가 남성을 픽하는 방식으로 모두 두 차례의 야간 자유 데이트가 진행됐다.
오늘 하루만 12시간 넘게 오롯이 만남으로 시간을 채웠다. 그만큼 청년들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피곤하기도 하건만 예서 멈출 순 없다. ‘야간 자유 데이트’로 첫날 정규 일정은 모두 마쳤지만 만남은 계속됐다. 마지막 기회였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1등을 한 팀원들의 우선권이 여기서 사용됐다. 나머지 참가자도 마지막 기회에 동참했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청춘 남녀의 대화 소리로 선운사의 밤은 깊어만 갔다.
남성 참가자 이장어(가명)씨는 결혼을 목표로 선운사에 왔다. 그는 “작년부터 나는 절로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호남지역을 온다는 소식에 바로 신청했다”며 “복잡한 도시와 건물만 보다가 절에 와보니 자연환경도 뛰어나고 분위기가 정말 좋아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28일에도 만남은 이어졌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새벽6시 아침공양을 위한 이동시간에도, 아침 공양 시간에도, 휴식 시간에도 청년들은 만나고 또 만났다. 그리고 드디어 최종 선택의 시간. 오전8시 프로그램실에 모여 둘러앉은 청춘 남녀들은 마지막 선택에 두근두근 가슴을 졸였다.

나는 절로 선운사에서는 모두 여섯 커플이 탄생했다. 현커 기원 금일봉을 받고 기념사진 한 컷.

회향식에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사무처장 덕운스님(사진 오른쪽)과 선운사 홍보국장 효근스님이 참석했다.

재단 사무국장 덕운스님이 베스트 포토에 선정된 커플에게 선물을 전했다.
최종 결과 6커플이 탄생했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없는 만남을 거듭하며 얻은 소중한 성과다. 한 커플씩 발표될 때마다 다른 참가자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축하했다. 커플로 연결된 참가자들은 “앞으로 더 진지한 만남으로 서로를 알아가겠다”고 밝혔다. 여성 참가자 김동백(가명)씨는 “솔직히 기대를 많이 안 하고 왔는데 이렇게 좋은 곳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나서 연인까지 생기니 정말 기쁘다”며 “좋은 추억도 많이 남고 사찰 풍경도 너무 좋아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결과에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직원들의 헌신이 컸다. 어색한 국면을 전환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편의를 제공하면서 어떻게든 한 커플이라도 연결시키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최종 선택 이후 연인처럼 사진을 촬영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주최 측은 커플로 성사되지 못한 참가자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려고 연결고리를 맺어 풍경 좋은 곳으로 내보냈다. 사진 미션을 마친 참가자들은 촬영한 사진들을 같이 보며 또 다른 추억을 남겼다.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고 오전10시 회향식이 열렸다. 회향식에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사무처장 덕운스님과 선운사 홍보국장 효근스님이 참석했다. 사무처장 덕운스님은 사진 미션에서 베스트 포토에 선정된 커플들에게 선물을 전했고, 효근스님은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을 대신해 최종 커플이 현실 커플이 되기를 기원하며 ‘현커 기원 금일봉’을 전달했다.
사무처장 덕운스님은 회향사에서 “이틀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마주한 따뜻한 인연이 피어났다”며 “오늘 맺은 인연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서로의 삶 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처럼 따뜻하게 이어지길 축원한다. 아직 인연이 이어지지 않은 분들도 부처님의 자비와 가피가 함께해 더욱 아름다운 만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지역 출신으로 국한해 열린 ‘나는 절로, 선운사’는 전국 규모와 달리 신청자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모두 644명이 신청했다. 전국 단위로 모집할 때 지원 규모가 1000여명 선이었다는 점에서 성과라고 할만하다.
재단 대표이사 도륜스님은 “나는 절로 선운사 편을 통해 오랜 시간 진중한 만남을 기다려온 호남권 청년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새로운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며 “나는 절로는 2013년 시작된 이래 전국 각지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으며 올해는 특히 지역별로 만남의 자리를 만들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나는 절로는 올해 지역에 집중한다. 올해 두 번째 나는 절로는 5월 대구 동화사로 향할 예정이다.

사진 미션에 출품한 커플 사진들.

사진 미션에 출품한 커플 사진들.

사진 미션에 출품한 커플 사진들.

사진 미션에 출품한 커플 사진들.

사진 미션에 출품한 커플 사진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