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자이종근
입력2026년 03월 22일 14:52
고창 선운사의 대표 성보인 금동지장보살좌상이 서울에서 대중과 만난다.
다음 달 조계종 총무원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도솔산 선운사’ 소장 성보 특별전에 선보일 금동지장보살상의 이운법회가 봉행됐다.
선운사는 11일 지장보궁에 모셔진 보살상의 서울 나들이를 앞두고 사중 스님과 불자들이 동참한 가운데 경내에서 고불의식과 이운법요를 올렸다.
이날 법회는 시련을 시작으로 향화청, 헌좌진언, 다게, 고불문, 반야심경, 행보게, 법성게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한 대중은 장엄한 의식 속에서 지장보살의 가피가 널리 퍼지고, 전시 또한 원만히 성취되기를 기원했다.
이번에 이운된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선운사 신앙의 중심 성보로, 오랜 세월 지장신앙의 상징으로 봉안돼 온 불상이다. 불상은 불교중앙박물관으로 옮겨져 특별전시를 통해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이운법회를 통해 봉안된 보물 제279호 금동지장보살좌상은 81년만에 지장전에 모셔지게 되었다. 금동지장보살좌상은 1936년 여름 일본인 2명과 우리나라사람 1인이 공모, 훔쳐 일본으로 밀반출 됐다.
그런데 이때부터 소장자 꿈에 지장보살상이 수시로 나타나 “나는 본래 전라도 고창 도솔산에 있었다. 어서 그 곳으로 돌려보내 달라”했고 소장자는 병과 우환이 겹치며 가세마저 기울었다는 것.
결국 이 불상을 다른 이에게 넘겼으나 이후 소장자들도 같은 내용의 꿈을 꾸는 일이 반복되자 결국 마지막 소장자가 고창경찰서에 신고해 이운을 부탁했다.
이 내용은 1938년 11월 선운사에 돌아온 보살상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 뒷면에 기록되어있다. 이후 선운사 관음전, 성보박물관 등에 봉안돼 모셔져있던 금동지장보살좌상은 81년만에 지장전이 조성되며 이운됐다.
이날 이운법회를 통해 봉안된 보물 제279호 금동지장보살좌상은 2019년 1월 23일 81년만에 지장전에 모셔지게 됐다.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일제강점기 격동의 시기를 거치며 특별한 사연을 간직한 성보이기도 하다. 이 불상은 청동 표면에 금칠을 한 지장보살상으로,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지옥세계에 들어가 교화와 구제를 행하는 보살로 널리 신앙되어 왔다. 단정하고 우아한 자세로 앉아 중생을 굽어보는 듯한 인자한 미소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이 불상은 도난을 당해 일본으로 반출되는 일을 겪었다. 이후 일본에서 불상을 소장하던 사람의 꿈에 지장보살이 여러 차례 나타나 “나는 본래 고창 도솔산에 있었으니 그곳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말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처음에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집안 형편이 기울고 병까지 겹치자 불상 소유자는 결국 불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된다. 그러나 불상을 손에 넣은 이들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전해지며, 결국 마지막 소장자가 고창경찰서에 신고하면서 불상은 다시 선운사로 돌아오게 됐다.
지장보살좌상은 도난된 지 약 2년 만인 1938년 11월 선운사로 반환됐으며, 당시 환수를 기념해 촬영한 사진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선운사 관음전, 성보박물관 등에 봉안돼 모셔져있던 금동지장보살좌상은 81년만에 지장전이 조성되며 이운됐다.
현재 금동지장보살좌상은 보물 제279호로 지정돼 있으며, 한국 불교 조각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근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간직한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주지 경우 스님은 고불문을 통해 “선운사 도량을 지키며 중생의 발원과 기도를 받아온 지장보살님이 인연 따라 잠시 도량을 떠나 서울에서 더 많은 대중과 만나게 됐다”며 “지장보살님의 자비광명이 전시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져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운과 전시의 모든 과정이 장애 없이 원만히 이뤄지기를 발원한다”고 덧붙였다.
정찬원 선운사 총신도회장은 “천년 고찰 선운사의 성보가 서울 나들이를 통해 많은 이들과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사부대중의 자부심이 크다”며 “지장보살의 지혜와 자비가 전시장을 찾는 이들에게 삶의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다음달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특별전 ‘도솔산 선운사’(가제)를 갖는다.
매년 교구본사 특별전을 진행해온 불교중앙박물관은 오는 전시회에 선운사 본ㆍ말사가 지켜온 성보문화유산 전시를 통해 전북지역 불교문화 흐름과 탁월한 가치를 종합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을 비롯,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상,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 ‘석씨원류’, ‘선운사 사적기’, 선운사 대웅보전 신중도 등 다양한 성보문화재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