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취임 3주년을 맞아 총무원 부실장 및 산하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8월 20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내년 10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남은 기간 동안 종단 안정화와 추진력 있는 종무행정 운영을 위해 이뤄졌다. 특히 종단 현안 해결과 미래 발전 동력 확보를 위해 실무 경험이 풍부한 스님들과 중앙종회의원 출신을 다수 기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총무원의 10개 부실장 소임 가운데 7명을 교체한 대규모 개편으로, 기존 인사에서 두드러졌던 총무원 경력자 순환 배치에서 탈피해 새로운 인재들을 발탁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진우 스님은 임명장 수여 후 “새롭게 소임을 맡은 스님들은 종정예하를 위시해 원로스님들 및 종단의 주요소임자스님들과 폭넓게 교류 교감해 주길 바란다”며 “종단이 안정이 되어야 포교와 전법도 가능한 만큼 이번 인선은 종단 안정에 중점을 두었다는 점을 잊지 말고 함께 종단을 이끌어 나가는데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총무부장에 중앙종회의원 성웅 스님이 임명된 점이다. 성웅 스님은 전국선원수좌회 의장을 역임하고 대승사·각화사·보경사 선원장을 거치며 수행 공동체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직 종회의원으로 종단 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총무원과 중앙종회 간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성웅 스님의 총무부장 기용 배경에는 진우 스님이 역점을 두고 있는 선명상 대중화 정책에 대해 일부 선방 스님들이 갖는 부정적 시각을 완화하고, 전통 수행법과의 조화를 모색하는 완충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웅 스님은 종상 스님을 은사로 1981년 사미계를 수지했다. 불국사선원 등에서 65안거를 이상을 성만했고 조계종 법규위원이며 18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기획실장에는 2선 중앙종회의원인 묘장 스님이 임명됐다. 묘장 스님은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복지재단 운영을 통해 축적한 행정 노하우와 대외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종단의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을 이끌 예정이다. 묘장 스님은 법등 스님을 은사로 1991년 사미계를 수지, 총무원 사회부 사회국장, 조계종사회북지재단 대표이사, 제18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으며, 도리사·학도암 주지를 지냈다. 현재 연화사 주지를 맡고 있다.

포교부장에는 밀양 용궁사 주지 정무 스님이 발탁됐다. 정무 스님은 사찰 운영과 지역사회 포교 활동에서 쌓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포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무 스님은 중선 스님을 은사로 1989년 사미계를 수지했다. 포교원 포교부 신도국장을 역임했으며 울산경남지역 전법단 지도법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용궁사 주지를 맡고 있다.

교육부장에는 전 부산 운수사 주지 유정 스님이 임명됐다. 유정 스님은 성오 스님을 은사로 1979년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운수사 주지, 화명종합사회복지관장, 범어사 총무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부산 영도 해련사에 주석하며 도량을 일신하는 등 포교와 행정력을 두루 갖춘 인사로 전해졌다.



사회부장에는 전 내소사 주지 진성 스님, 문화부장에는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 스님, 사서실장에는 포교부장 남전 스님이 임명됐다. 한편 재무부장 여학 스님, 호법부장 도심 스님은 유임됐다.
사회부장 진성 스님은 혜산 스님을 은사로 1986년 수계 했다. 내소사 봉래선원 등에서 수행 정진하며 20안거 이상을 성만했으며 내소사 주지를 지냈다. 문화부장 성원 스님은 혜인 스님을 은사로 1993년 수계했다. 총무원 사회부 사회국장, 미래본부 사무총장 제18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약천사 주지를 지냈다. 현재 정수사 주지를 맡고 있다.
사서실장 남전 스님은 세민 스님을 은사로 1992년 수계했으며 총무원 총무부 총무국장, 기획실 기획국장, 포교원 및 조직개편 이후 총무원 포교부장을 역임했다. 정혜사, 안양사 주지를 지낸 바 있다.
총무원 집행부는 다수 교구의 균형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각 교구를 대표하는 본사 출신과 종회의원들이 고루 기용돼 종단 운영의 대표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종단 관계자는 “기존 총무원 경력자들의 순환 배치보다는 참신한 인재 발굴에 중점을 뒀다”며 “강한 총무원, 실무형 총무원 구현을 위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총무원 부실장 인사와 연동해 산하기관 인사도 대폭 단행됐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에 종회의원 도륜 스님,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에는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일화 스님이 각각 임명됐다. 불교문화유산연구소장에는 문화부장 혜공 스님이, 한국문화연수원장에 전 송광사 주지 자공 스님, 미래본부 사무총장에는 사서실장 일감 스님,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에는 기획실장 법오 스님이 각각 기용됐다.
미래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은 원융 스님을 은사로 1990년 수계했다. 총무원 기획실장, 재무부장, 사서실장, 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제17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보리사, 옥련암, 옥천암 등에서 주지를 지낸 바 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도륜 스님은 근일 스님을 은사로 1995년 수계 했다. 부석사 봉황선원 등에서 수행정진하며 15안거 이상 성만했다. 유석사, 영주포교당, 서악사, 봉정사 주지를 지냈으며 제16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재 대원사 주지를 맡고 있으며 제18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일화 스님은 청학 스님을 은사로 1999년 수계 했으며 황련사 주지를 지냈고 제16·17대 중앙종회의원,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제18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문화유산연구소장 혜공 스님은 일관 스님을 은사로 2001년 수계했다. 총무원 사서실 종책특별보좌관(문화특보), 문화부장, 제18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재 용암사 주지를 맡고 있다.
한국문화연수원장 자공 스님은 일각 스님을 은사로 1979년 수계했다. 총무원 호법부 상임감찰, 조사국장, 호법국장,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를 역임했으며 제16·17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했다. 만연사와 제21교구본사 송광사 주지를 지냈다.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법오 스님은 보선 스님을 은사로 1996년 수계했으며 상원사 청량선원 등에서 25안거 이상을 성만했다. 총무원 기획실장, 불교중앙박물관 사무국장, 기획실 감사국장, 호법부 호법국장, 승려복지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강진 무위사 주지를 맡고 있다.
총무원 관계자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스님들과 중앙종회의원 출신을 대거 기용해 종무행정의 전문성과 소통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또한 “종회의원 출신들의 다수 포진은 총무원과 중앙종회 간 소통을 원활히 하고, 종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종무행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임명된 집행부는 △선명상 대중화 사업 추진 △사찰 문화유산관람료 정책 후속 조치 △승려복지 확대 방안 △포교 활성화 전략 △종단 조직개편 후속 관리 등 현안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단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안정 속 쇄신을 통한 균형 잡힌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앙종회의원은 “실무 경험과 종회 경험을 겸비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됐다”며 “교구 균형도 잘 고려된 인선으로 종단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진우 스님의 임기가 내년 10월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중앙종회의원 다수가 총무원 집행부로 이동한 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종단 일각에서는 “불교신문 사장까지 포함하면 5~6명의 종회의원들이 총무원으로 자리를 옮긴 셈”이라며 “단순히 남은 1년여 임기를 위한 ‘막차’ 인사가 아니라, 재임을 염두에 둔 중장기적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종단 관계자는 “종회의원들의 대거 영입은 진우 스님의 종단 내 영향력과 구심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종단 운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읽힌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급격한 인사 교체로 인한 업무 공백 우려”와 “종회의원들의 집행부 대거 이동으로 인한 견제와 균형 약화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중진 스님은 “새로운 집행부가 진우 스님의 남은 임기 동안 종단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종회의원들의 참여 확대로 종단 내 소통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인사는 진우 스님이 종단 안정화와 함께 미래 지향적 종무행정 체계 구축을 통해 한국불교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인사명단]
▲총무부장 성웅 스님(중앙종회의원) ▲기획실장 묘장 스님(중앙종회의원·전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포교부장 정무 스님(밀양 용궁사 주지) ▲교육부장 유정 스님(부산 해련사 주지) ▲사회부장 진성 스님(전 내소사 주지) ▲문화부장 성원 스님(미래본부 사무총장) ▲사서실장 남전 스님(포교부장)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일화 스님(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도륜 스님(종회의원) ▲조계종 미래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사서실장) ▲불교문화유산연구소장 혜공 스님(문화부장)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법오 스님(기획실장) ▲불교문화연수원장 자공 스님(전 송광사 주지)
▲유임: 재무부장 여학 스님, 호법부장 도심 스님, 미디어홍보실장 덕안 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 조계종연구소장 원철 스님.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유화석 기자 fossil@beopbo.com